봄을 떠나보내고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싱그러운 5월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5월은 3주간 주 4일제 체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쉬는 날이 많아 K-직장인으로서 무척 설레며 기다렸었는데요. 뜹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포근한 날씨 속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저는 지난번 강릉에 이어 이번에는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 따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 라이카의 핫플레이더가 반응하며 찾아낸 이곳! 바로 폐교가 된 건물을 업사이클링하여 카페로 개조한 '명월국민학교'입니다. 지금부터 저 라이카와 함께 뜯어보도록 할까요?
명월국민학교는 1955년부터 1993년까지 40여 년 가까이 명월리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였습니다. 폐교 후에는 종종 마을 행사나 경조사에만 공간이 사용되었지만, 명월리 청년회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2018년 9월 70년 된 학교 건물을 갤러리 겸 카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명월국민학교의 카페 운영 수익은 공사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모두 마을에 환원되어 마을 발전을 위해 쓰이는데요. 차상준 명월리 청년회 마을사업추진위원장은 "농촌 마을에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학교들이 문을 닫게 되는데, 예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게 하고 마을에 활기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폐교를 활용하게 됐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카페로, 공간의 목적은 달라졌지만 곳곳에 학교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어 '뉴트로'와 함께 SNS를 통해서도 입소문을 타며 제주도의 핫플이 되었는데요. 특히 2023년 12월 방영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또 한 번 입소문을 타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명월국민학교의 어떤 매력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을까요? 뜹 여러분과 함께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도록 할게요!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듯 허름하지만 친숙한 교문을 지나면 초록이 무성한 운동장이 싱그럽게 반겨줍니다. 운동장 구석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넓은 운동장에서 어린아이들과 반려동물이 뛰어놀고 어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억을 여행합니다. 세대와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간들과 다른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명월국민학교는 'YES KIDS, YES PET'을 지향하며 사소한 몇 가지 에티켓만을 내걸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공간은 운동장에서부터 학교 내부 공간인 커피반, 소품반, 갤러리반과 뒤뜰에 위치한 구멍가게까지 총 5개의 주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선 운동장부터 한번 둘러볼까요?
입구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명월국민학교는 과거 국민학교 시절 지니고 있던 공간적 특징을 크게 손대지 않고 목적에 맞게 필요한 작은 부분들만 리모델링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운동장 또한 과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들릴 것만 같은 국기게양대,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던 그늘 속 흔들의자, 여름날 친구들과 뛰어놀던 농구장과 더위를 해소해 줄 음수대 등 곳곳에 학교 시설이 그대로 남겨져 있습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사물들을 보니 어린 시절 추억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운동장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장소는 형형색색의 타이어에 둘러싸인 작은 모래사장인데요. 이곳은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촬영을 위해 꾸며졌던 공간입니다. 모래사장 한 편에는 성인 남성 키만한 철봉부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철봉이 놓여져있는데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철봉에 매달려 노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웃음이 지어집니다.
운동장을 지나 학교 내부로 들어가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부터 튀긴 건빵, 쫀드기, 아폴로 등 추억의 과자들이 있는 커피반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목재로 된 바닥과 카운터 중앙의 큰 칠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명월국민학교는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커피반에서 1인 1음료 주문이 필수인데요. 음료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저는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며 추억의 튀긴 건빵도 함께 주문해 보았습니다. 결제 후 건빵이 담긴 냄비 옆 종이컵에 원하는 만큼 가득 담아 먹는 시스템이었어요. 카페의 많은 메뉴 중 제가 선택한 메뉴는 바로 시그니처 메뉴인 버터크림 커피! 커피는 고소하고 짭짤한 버터의 맛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단짠단짠! 중독적인 맛이었는데요. 관광지에 있는 카페라 큰 기대 없이 주문하였지만 웬만한 커피점 못지 않은 맛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카페를 지나면 복도로 나갈 수 있어요. 교실과 교실을 오가는 작은 통로에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알전구, 벽면 곳곳에 붙여진 사진들이 몽글몽글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커피반을 지나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소품반이라고 적힌 교실이 보이는데요. 이곳은 또 어떤 재미난 것들이 있을까요?
소품반에서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소품과 기념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귀엽고 독특한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갑이 열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소품반에서는 연날리기, 고무줄 놀이, 굴렁쇠, 투호 던지기, 신발 던지기와 같은 추억의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소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은 따로 구매해야 하지만 나머지 놀이 소품은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는데요. 운동장에서 가족들과 연을 날리고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학교하면 구멍가게가 빠질 수 없죠! 학교 건물 뒤편으로 돌아나가면 명월구멍가게를 볼 수 있는데요. 추억의 오락기로 게임도 하고 문방구 뽑기로 귀여운 캐릭터를 뽑는 등 어린 시절 학교 앞 구멍가게에 온 듯한 다양한 놀거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옛날 잡지 표지부터 상장까지 갤러리반 못지않게 멋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니 잊지 말고 꼭 한 번 다녀와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 [헤드샷필름 HEADSHOTFILM] 제주도|명월국민학교
최근 한국에 오늘 소개해 드린 명월국민학교와 같은 업사이클링 공간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업사이클링 공간은 건물이 지닌 역사성을 잘 보존한 체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뽑힙니다. 이런 잘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공간을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지방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뉴스레터를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콘텐츠가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5월 22일, 요즘 뜨는 브랜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